군대 전역 후, 생활비를 벌겠다며 평택항에서 동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들.
일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무거운 철판 아래에 깔려 숨지고 말았습니다.
"선호야!"
사고 당일은 컨테이너 아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.
아버지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.
[이재훈 / 故 이선호 씨 아버지 : 처음에는요. 죽었다는 생각 절대 안 했습니다. 이거 뭐고? 죽은 기가? 그때 제가 정신을 놨습니다. 미쳤습니다. 그땐.]
힘겨운 마음을 추슬러 빈소를 마련했지만 장례는 치르지 못했습니다.
현장에서 아들에게 작업 지시를 해왔던 지게차 기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섭니다.
[이재훈 / 故 이선호 씨 아버지 : 지게차 기사는 아직 안 나타납니다. 나는 그런 작업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. 발뺌하고 있는 거죠. 빈소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. 왜? 제 아이가,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못 받아서 아직 눈을 못 감았어요.]
CCTV로 본 사고 발생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습니다.
하지만 원청 업체 측은 숨진 아들이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.
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에 아버지의 억장은 더욱 무너졌습니다.
[이재훈 / 故 이선호 씨 아버지 : 안전모 안 쓰는 사람 들여 보내놓고, 사고 났다, 안 썼다, 말이 안 되잖습니까. 회사에서 할 이야긴 아니라고 봅니다.]
고 김용균 씨 사고 이후에도 노동 현장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는 현실.
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까지는 아직 반년 넘게 남아 있습니다.
아버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습니다.
명확하게 책임을 밝혀달라고, 그리고 아들 같은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.
[이재훈 / 故 이선호 씨 아버지 : 어떻게 이게 해수부 평택지청의 이야기겠습니까. 대한민국 공무원들 다 그렇다는 겁니다. 반성하셔야 합니다. 정부에 말하고 싶은 건 그 겁니다.]
취재기자ㅣ박희재
촬영기자ㅣ김광현
자막뉴스ㅣ서미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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